어느 모니터 앞에서든, 질문은 계속되어야 한다: 인간으로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조현아 / 미술비평
짧은 영상으로 현재를 구현하려는 전략
‘우리는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 할까, 또 어떻게 나아갈 수 있을까?’ 2014년 TV와 스마트폰으로 세월호가 실시간으로 침몰하고 있는 국면을 한동안 반복 시청했던 20대의 박다빈은 몇 년 후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랩탑, 스마트 기기와 그것에 들러붙은 카메라 렌즈에 둘러싸인 한 칸의 방에서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활동을 막 시작하며 이렇게 되물었다.
아날로그 TV와 비디오, 라디오, 워크맨으로부터 정보를 흡수하며 자라나 현재의 모바일 디바이스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이전의 어떤 공동체보다 유연하게 유영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에서 마주한 불편함은 그가 작품을 제작하는 주요한 동기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영향력이 배가된 SNS와 검색엔진에는 그것이 잠식한 경제적 규모만큼이나 무수한 거짓 정보가 돌아다니고, 그로부터 비롯된 사칭 범죄 등의 부정적인 사회적 반향은 모니터 바깥세계로 성큼 빠져나왔다. 박다빈은 일련의 현상으로부터 의미를 증폭시키는 장치이자 환경으로서의 미디어의 역할을 고민하는 비판적 수신자이자 이미지와 영상 콘텐츠를 각종 편집 툴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생산자로서 이에 대한 무력감과 불신, 공허를 표현하고 인간과 기술의 관계 안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캐물어왔다.
전시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작가의 전작은 디지털 환경 안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분투를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웹에 가장 ‘인간적인’ 죽음을 검색하고, 그로부터 떠오른 문장을 담고 있는 〈미디어종〉은 전부 다른 상황에서 제작된 스틸 이미지 혹은 매우 짧은 영상 푸티지를 하나의 서사로 엮는다. 이후 발표된 〈기생충〉(2020) 역시 초국가적 자본주의와 긴밀히 연관되는 기술을 찬미하기 바빴던 당시 언론의 경향과 상반되는 시각을 지켜내려는 개인의 노력이 담겨 있다.
이러한 작업 방향은 그를 대중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대한 탐색으로 이끌었다. 《넥스트코드 2023: 다이버, 서퍼, 월드빌더》에 그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소재로 한 공통분모를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 5개를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 할까요?(Where do we go from now?)’라는 질문 아래 집합시켰다. 이를 마주한 관객은 총 러닝 타임이 16분 4초로 짧은 영상들이 곧 자연이 된 기술과 인간 사이의 대화 속에서 추출된 장면과 문장이 녹아든 하나의 복합체임을 관찰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Newwave〉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챗GPT가 순식간에 끌어모으고 내뱉는, 언젠가는 내밀한 개인의 정보였을 거대한 데이터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고와 행위로부터 비롯된 예술의 제작 단계가 무너지는 광경을 목도하게 한다.
작품은 작가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사진 〈Person.jpg〉를 주인공 삼아 그것이 ‘유사 예술품으로 구성한 엉성한 가상 전시회’의 투어를 진행하는 과정을 담아내는데, 〈Person.jpg〉는 랜덤 초상 사진을 무료로 생성해주는 웹사이트 ‘This Person Does Not Exist(this-person-does-not-exist.com)’ 등에 접속해 새로고침을 하면, 수 초 내로 실재할 것만 같은 사람의 얼굴 사진이 업로드되는 현실 안에서 탄생했다. 사용자는 크기와 파일 확장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분명 누군가의 얼굴로부터 왔을 데이터가 녹아든 바로 그 사진을 손쉽게 다운받아 〈Person.jpg〉의 내레이터처럼 사진을 픽셀 단위로 뜯어보고, 이목구비가 괴상하게 합성된 얼굴을 360도 돌려가며 탐색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에 셀피와 줌(Zoom)으로 현현했던 우리가 3D에서 ‘사람 같은’ 사진처럼 2D로 잠시간 변모했다는 점과, 그러므로 누군가에게는 감정적이고 윤리적인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이미지로 대상화되었을 것이라는 점도 폭로한다.
〈Newwave〉에 다시 집중해보자. 작품은 전시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고, 화이트큐브로의 복귀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스트리밍과 웹사이트로 물리적 전시를 대체하게 된 상황과 2019년 소더비에서 마리오 클링게만(Mario Klingemann)의 ‘AI 아트’를 고가에 낙찰한 사건을 기점으로 부상한 AI 아트의 수용도 배경으로 둔다. 이 가상의 전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거쳐 ‘쉽게 예술이 가능하다’는 논조를 전하면서도 작품이 화면에 떠오르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는 등 매끈하게 작동하지 않는 현실적인 기술의 빈틈을 노출하며 기술과 그로부터 형성된 이미지의 한계를 관람자가 문뜩 깨닫게 한다.
디지털 환경이야말로 자연이다
아날로그 TV와 비디오, 라디오, 워크맨으로부터 정보를 흡수하며 자라나 현재의 모바일 디바이스 안팎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이전의 어떤 공동체보다 유연하게 유영하고 있는 자신의 상황에서 마주한 불편함은 그가 작품을 제작하는 주요한 동기가 되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함께 영향력이 배가된 SNS와 검색엔진에는 그것이 잠식한 경제적 규모만큼이나 무수한 거짓 정보가 돌아다니고, 그로부터 비롯된 사칭 범죄 등의 부정적인 사회적 반향은 모니터 바깥세계로 성큼 빠져나왔다. 박다빈은 일련의 현상으로부터 의미를 증폭시키는 장치이자 환경으로서의 미디어의 역할을 고민하는 비판적 수신자이자 이미지와 영상 콘텐츠를 각종 편집 툴과 프로그램으로 만들어내는 생산자로서 이에 대한 무력감과 불신, 공허를 표현하고 인간과 기술의 관계 안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지를 캐물어왔다.
전시에 포함되지 못했으나, 작가의 전작은 디지털 환경 안에서 인간답게 살기 위한 분투를 직접적으로 보여줬다. 그 중에서도 웹에 가장 ‘인간적인’ 죽음을 검색하고, 그로부터 떠오른 문장을 담고 있는 〈미디어종〉은 전부 다른 상황에서 제작된 스틸 이미지 혹은 매우 짧은 영상 푸티지를 하나의 서사로 엮는다. 이후 발표된 〈기생충〉(2020) 역시 초국가적 자본주의와 긴밀히 연관되는 기술을 찬미하기 바빴던 당시 언론의 경향과 상반되는 시각을 지켜내려는 개인의 노력이 담겨 있다.
이러한 작업 방향은 그를 대중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대한 탐색으로 이끌었다. 《넥스트코드 2023: 다이버, 서퍼, 월드빌더》에 그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소재로 한 공통분모를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 5개를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 할까요?(Where do we go from now?)’라는 질문 아래 집합시켰다. 이를 마주한 관객은 총 러닝 타임이 16분 4초로 짧은 영상들이 곧 자연이 된 기술과 인간 사이의 대화 속에서 추출된 장면과 문장이 녹아든 하나의 복합체임을 관찰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Newwave〉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챗GPT가 순식간에 끌어모으고 내뱉는, 언젠가는 내밀한 개인의 정보였을 거대한 데이터 앞에서 가장 인간적인 사고와 행위로부터 비롯된 예술의 제작 단계가 무너지는 광경을 목도하게 한다.
작품은 작가가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사진 〈Person.jpg〉를 주인공 삼아 그것이 ‘유사 예술품으로 구성한 엉성한 가상 전시회’의 투어를 진행하는 과정을 담아내는데, 〈Person.jpg〉는 랜덤 초상 사진을 무료로 생성해주는 웹사이트 ‘This Person Does Not Exist(this-person-does-not-exist.com)’ 등에 접속해 새로고침을 하면, 수 초 내로 실재할 것만 같은 사람의 얼굴 사진이 업로드되는 현실 안에서 탄생했다. 사용자는 크기와 파일 확장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분명 누군가의 얼굴로부터 왔을 데이터가 녹아든 바로 그 사진을 손쉽게 다운받아 〈Person.jpg〉의 내레이터처럼 사진을 픽셀 단위로 뜯어보고, 이목구비가 괴상하게 합성된 얼굴을 360도 돌려가며 탐색할 수 있다. 이러한 행위는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에 셀피와 줌(Zoom)으로 현현했던 우리가 3D에서 ‘사람 같은’ 사진처럼 2D로 잠시간 변모했다는 점과, 그러므로 누군가에게는 감정적이고 윤리적인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이미지로 대상화되었을 것이라는 점도 폭로한다.
〈Newwave〉에 다시 집중해보자. 작품은 전시 개막이 무기한 연기되고, 화이트큐브로의 복귀 가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스트리밍과 웹사이트로 물리적 전시를 대체하게 된 상황과 2019년 소더비에서 마리오 클링게만(Mario Klingemann)의 ‘AI 아트’를 고가에 낙찰한 사건을 기점으로 부상한 AI 아트의 수용도 배경으로 둔다. 이 가상의 전시는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거쳐 ‘쉽게 예술이 가능하다’는 논조를 전하면서도 작품이 화면에 떠오르지 않는 오류가 발생하는 등 매끈하게 작동하지 않는 현실적인 기술의 빈틈을 노출하며 기술과 그로부터 형성된 이미지의 한계를 관람자가 문뜩 깨닫게 한다.
디지털 환경이야말로 자연이다
지금의 자연에는 스스로, 저절로 존재하는 각종 미디어와 번쩍이는 스크린, 인공위성으로부터 기인하는 통신망과 인터넷도 당연히 포함된다. 이제는 기술이나 기계가 싫다며 그것을 때려 부순다고 해서 그로부터 도망갈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 현시점에서 물리적 러다이트 운동은 전혀, ‘자연’에 해를 입히지 못한다. 당신이 지구에 산다면 와이파이 연결망과 전파, 카메라 렌즈와 공생하는 법을 영원히 익혀야 하리라.
박다빈은 사진 및 동영상 어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의 플랫폼에서 양산되고 확산되고 소비되는 지금의 자연환경에서 질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목소리를 내어 교감하는 일보다 메신저로 대화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무한히 가동되는 SNS에 비해 그들의 정서적 연결이 급감하는 현상을 체감했다며 기술과 제대로 공생할 방안을 고심했다. 그는 이로부터 기술이 녹아든 일상의 한 지점에 계속 머물며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왜 가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하게 되었다.
그 물음에 대한 답변 중 하나인 〈Inhale-Exhale〉(2022)은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알고리즘이 예측한 인간의 삶에 대해 사색하게 하는 4분 47초의 세로형 영상이다. 가로형 이미지보다 시야가 좁고 피사체가 보다 가까이 느껴지게끔 만드는 세로형의 쇼츠(Shorts)와 릴스(Reels)의 형식을 상기시키는 작품은 하나의 사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한 인간의 체온과 그가 오간 장소, 기술을 통해 지구에 남은 자원의 잔여량까지 모두 예측과 제어가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고자 하는 시대의 불안과 불완전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GAN을 이용해 사용자가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영상의 다음 프레임을 예측하여 추가로 영상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렌즈로 담은 물리적인 현상이 없이도, 앞으로 그것의 움직임을 예측해 동영상의 러닝타임을 이어가며 마치 미래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바로 생성해낸다. 박다빈은 ‘달리(DALL-E)’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뽑아낸 스틸 이미지가 아닌, 1초에 30장의 스틸 이미지로 이루어진 영상의 시퀀스를 파악해 바로 전 장면과 인공지능이 생성한 영상의 구조가 들어맞게 하는 데이터 예측을 통해 구성된 미래의 이미지는 질병과 기후위기, 정치적 갈등으로 분열되어가는 일상, 즉 생명 활동인 숨 쉬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자연을 의식하게 만들었다.
〈Inhale-Exhale〉과 연작으로 제작된 〈Breath〉에서도 인공지능이 학습한 이미지와 학습되지 않은 영상이 번갈아가면서 반복된다.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알고리즘에 학습된 모델링된 코와 손의 이미지는 생명·호흡을 뜻을 담은 수어로 시작해 서로 합쳐져 뭉개지고, 세로 방향으로 늘어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해당 작품을 4:3 비율의 구형 브라운관에 재생시켜 호흡이 이내 불안정한 시각적인 심상으로 변하고, 다시 되돌아오는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했다. 작가는 이렇게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가 우리의 미래를 그려낸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고자 했다.
박다빈은 사진 및 동영상 어플리케이션,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의 플랫폼에서 양산되고 확산되고 소비되는 지금의 자연환경에서 질병 때문이 아니더라도 목소리를 내어 교감하는 일보다 메신저로 대화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무한히 가동되는 SNS에 비해 그들의 정서적 연결이 급감하는 현상을 체감했다며 기술과 제대로 공생할 방안을 고심했다. 그는 이로부터 기술이 녹아든 일상의 한 지점에 계속 머물며 우리는 무엇이며 어디로, 왜 가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질문하게 되었다.
그 물음에 대한 답변 중 하나인 〈Inhale-Exhale〉(2022)은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알고리즘이 예측한 인간의 삶에 대해 사색하게 하는 4분 47초의 세로형 영상이다. 가로형 이미지보다 시야가 좁고 피사체가 보다 가까이 느껴지게끔 만드는 세로형의 쇼츠(Shorts)와 릴스(Reels)의 형식을 상기시키는 작품은 하나의 사건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산만한 인간의 체온과 그가 오간 장소, 기술을 통해 지구에 남은 자원의 잔여량까지 모두 예측과 제어가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고자 하는 시대의 불안과 불완전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GAN을 이용해 사용자가 인공지능에 학습시킨 영상의 다음 프레임을 예측하여 추가로 영상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사용자가 렌즈로 담은 물리적인 현상이 없이도, 앞으로 그것의 움직임을 예측해 동영상의 러닝타임을 이어가며 마치 미래처럼 보이는 이미지를 바로 생성해낸다. 박다빈은 ‘달리(DALL-E)’와 유사한 프로그램으로 뽑아낸 스틸 이미지가 아닌, 1초에 30장의 스틸 이미지로 이루어진 영상의 시퀀스를 파악해 바로 전 장면과 인공지능이 생성한 영상의 구조가 들어맞게 하는 데이터 예측을 통해 구성된 미래의 이미지는 질병과 기후위기, 정치적 갈등으로 분열되어가는 일상, 즉 생명 활동인 숨 쉬기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자연을 의식하게 만들었다.
〈Inhale-Exhale〉과 연작으로 제작된 〈Breath〉에서도 인공지능이 학습한 이미지와 학습되지 않은 영상이 번갈아가면서 반복된다.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알고리즘에 학습된 모델링된 코와 손의 이미지는 생명·호흡을 뜻을 담은 수어로 시작해 서로 합쳐져 뭉개지고, 세로 방향으로 늘어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해당 작품을 4:3 비율의 구형 브라운관에 재생시켜 호흡이 이내 불안정한 시각적인 심상으로 변하고, 다시 되돌아오는 과정을 더욱 극적으로 연출했다. 작가는 이렇게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가 우리의 미래를 그려낸 이미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언급하고자 했다.
얘기해, 생각해. 모니터 앞에서!
그 제목과 달리 6분간 무음을 선사하는 2채널 비디오와 약 40cm의 사이보그 모형으로 이루어진 신작 〈Chatty〉(2023)는 빠른 호흡으로 이어진다. 왼쪽 채널에는 작가의 질문이, 오른쪽 채널에는 그에 대한 챗GPT의 대답이 등장한다. 해당 작업은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기술을 인간과 대등한 개체로 상정한 후 그것과 상호작용하고자 했던 박다빈의 초기작 〈미디어종〉의 형식과 내용을 상기시킨다. 그러나 〈미디어종〉이 제작되었던 2018년과는 달리, 〈Chatty〉는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인간의 관계 역전을 다수의 예술가와 프로그래머가 숙고하게 할 만큼 발전된 챗GPT와의 인간적인 ‘교감’을 적극 시도했다.
더불어 변천한 기술, 질문을 입력한 플랫폼이 상이하다는 점 외에 〈Chatty〉와 〈미디어종〉이 궁극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수용자로서 작가의 태도 변화다. 구글에 키워드 검색을 한 후, 떠오르는 정보의 참과 거짓 여부를 검색하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던 〈미디어종〉과 달리, 〈Chatty〉의 서사는 작가가 챗GPT에게 던진 첫 질문인,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습니까?”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인간은 계속 능동적인 위치에 설 수만은 없게 된다. 인간은 챗GPT에게 ‘그’의 모습을 묘사해달라 부탁하고 잠시간 그 답변을 받아내는 수동적인 입장이 된다. 이후 챗GPT는 ‘그의 모습’에 대한 계속되는 물음에 자신의 모습을 인간의 형체처럼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어렵다고 전하다가도 끝내 자신을 사람처럼 묘사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점차 바꾸어간다. 이러한 문장의 변모 과정이 발생시키는 기묘한 희열의 근원은 작가가 프로그램과 1:1의 관계로 동등하게 소통하며 그것의 빈곤한 인간적 사유를 캐내는 행위다. 그리고 여기에는 작가의 작품이 주지하는 변화, 관계, 언어의 교환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융해되어 있다.
한편, 〈Chatty〉의 은빛 설치물은 영상에서 챗GPT가 스스로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3D 모델링 되었는데, 자신을 사람처럼 묘사할 수 없다던 몸체 없던 챗GPT가 자신을 사람과 같이 묘사한 과정을 실물로서 상기시킨다. 인류를 아직까지 대표하고 있는 남성형 표준 인간형의 사이보그는 자신의 몸집만한 스마트 기기를 들고 있다. 그의 팔다리에는 버튼이, 입 안에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으며 머리에는 안테나가 자라 있다. 이러한 도상은 기업들이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계한 인공지능이 ‘평균에 가까운’ 인간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설계됐다는 점,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이전의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문장이 드러내는 심상이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느껴지도록 설정되었다는 사실과 맞닿는다.
작품이 찌르고 있는 또 다른 일상의 허점은 인공지능이 마침내 인간과 닮은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가 아니라, 컴퓨터 앞에서 침묵하며 자판을 두드리는 매일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Chatty〉가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묵음으로, 프로그램의 입력창에만 단어를 쓰는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암시하면서.
더불어 변천한 기술, 질문을 입력한 플랫폼이 상이하다는 점 외에 〈Chatty〉와 〈미디어종〉이 궁극적으로 차이를 보이는 지점은 수용자로서 작가의 태도 변화다. 구글에 키워드 검색을 한 후, 떠오르는 정보의 참과 거짓 여부를 검색하는 사람이 능동적으로 선별하는 과정을 거쳤던 〈미디어종〉과 달리, 〈Chatty〉의 서사는 작가가 챗GPT에게 던진 첫 질문인, “당신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습니까?”로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인간은 계속 능동적인 위치에 설 수만은 없게 된다. 인간은 챗GPT에게 ‘그’의 모습을 묘사해달라 부탁하고 잠시간 그 답변을 받아내는 수동적인 입장이 된다. 이후 챗GPT는 ‘그의 모습’에 대한 계속되는 물음에 자신의 모습을 인간의 형체처럼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어렵다고 전하다가도 끝내 자신을 사람처럼 묘사하는 방향으로 답변을 점차 바꾸어간다. 이러한 문장의 변모 과정이 발생시키는 기묘한 희열의 근원은 작가가 프로그램과 1:1의 관계로 동등하게 소통하며 그것의 빈곤한 인간적 사유를 캐내는 행위다. 그리고 여기에는 작가의 작품이 주지하는 변화, 관계, 언어의 교환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 융해되어 있다.
한편, 〈Chatty〉의 은빛 설치물은 영상에서 챗GPT가 스스로의 모습을 묘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3D 모델링 되었는데, 자신을 사람처럼 묘사할 수 없다던 몸체 없던 챗GPT가 자신을 사람과 같이 묘사한 과정을 실물로서 상기시킨다. 인류를 아직까지 대표하고 있는 남성형 표준 인간형의 사이보그는 자신의 몸집만한 스마트 기기를 들고 있다. 그의 팔다리에는 버튼이, 입 안에는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으며 머리에는 안테나가 자라 있다. 이러한 도상은 기업들이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설계한 인공지능이 ‘평균에 가까운’ 인간에게 친근하게 느껴지도록 설계됐다는 점,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이전의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구성하는 문장이 드러내는 심상이 다각적이고 입체적으로 느껴지도록 설정되었다는 사실과 맞닿는다.
작품이 찌르고 있는 또 다른 일상의 허점은 인공지능이 마침내 인간과 닮은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는 부분에서가 아니라, 컴퓨터 앞에서 침묵하며 자판을 두드리는 매일을 보내는 우리의 모습과 매우 유사한 방식으로 〈Chatty〉가 제작되었다는 점이다. 묵음으로, 프로그램의 입력창에만 단어를 쓰는 우리는 이미 어느 정도 사이보그라는 사실을 암시하면서.
지금 내가 여기 있다, 그런데 도대체 여기는 어디인가?
박다빈이 내건 주제와 동명의 작품 〈Where do we go from now?〉는 4장의 아크릴 프린트가 겹쳐진 형태로 구성되었다. 그 중 세 번째 레이어에는 대전시립미술관, 즉 박다빈의 작품이 재생되고 있는 물리적 공간이 표시되어 있다. 작가는 지금 여기가 허구 세계도, SNS에서 볼 수 있는 사진 속도 아닌, 바로 물리적인 건물 안, 지하로부터 뼈대를 세워 올려낸 이 건물, 이 장소라는 점을 상기시키며 현재의 우리가 GPS로 표시되는 모바일 기기 속의 지도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님을 인식시키고자 했다. 인간의 언어와 지식, 인공물 이미지를 학습한 인공지능 프로그램과 실재하는 인간 인식을 비교하는 논의와 질문은 박다빈의 작품처럼, 빠르고 짧게 계속해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실상, 여기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작가 역시 그와 우리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모색하는 중이다. 따라서 작가가 탐색해온 주제는 그가 지속하는 작업과 일상적인 행위에 대한 정직한 묘사이기도 하다. 지금의 인간을 붕괴하지 않는 지성체로 상정해 디지털 프로그램보다 우월하다는 결론을 배제하고, 우리가 무엇 사이에 놓인 개체인지를 궁금해하는 행동이야말로 인간과 기술을 분리하는 기제가 된다는 것을 믿으며 나아가는 것. 동시에 “경계한다. 끊임없이 의심한다. 격렬히 저항한다”(〈기생충〉, 2020)는 주문같은 문구를 외우며 적어도 ‘무언가 잘못되지 않았나?’ 또는 ‘이 장면에서 빠진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어떤 모니터 앞에서라도 불러일으킬 수 있게 우리를 격려함으로써 함께 생각할 시간을 아주 조금이라도 벌어주는 일 말이다.
In Front of a Screen, Questions Should be Raised Constantly: To Stay Human Everyday
Jo Hyunah / Art Critic
The strategy of embodying the present in a short video
Park Dabin was in his twenties when S. Korean society was devastated by the tragic sinking of the Sewol ferry in 2014. The haunting images from both outside and within the capsized vessel, which played over and over again on his television and mobile screens, left an indelible mark. Years later, he began his artistic career confined to his room, surrounded by camera lenses affixed to his laptop and other smart devices; Covid-19 had brought about a restriction on public exhibitions. Once again, he was confronted by the critical questions that arise in the wake of a crisis: ‘Where should we go from here, and how do we forge ahead?’
Growing up in an era of information consumption through analogue devices––television, video, radio, and portable cassette tape––, Park came to feel a subtle discomfort in the implications of his newfound ability to navigate the real and virtual realms as never before, courtesy of current smart technology. The popularisation of smartphones has not just advanced their economic footprint but also magnified the impact of social networks and search engines, and through these means have disseminated a deluge of misinformation and fake news alongside negative effects such as identity theft. His unease with the state of things became a main motivation behind his artistic creation. As a producer creating image and short video content using various editing tools and programmes, and as a discerning recipient pondering the role of media as both a tool and an environment that amplifies social phenomena, Park has expressed the feelings of confusion, distrust, and emptiness engendered by social media, probing what it means to be human in a time when the relationships between humans and technology are increasingly interdependent.
While not included in this exhibition, the artist’s early works vividly exemplify his struggle to remain human in a digitalised world. Among those, Media Species (2018) weaves together a series of sentences, still images and video footage that resulted when he typed a search query, “the most human death”, on the web. Produced subsequently, Parasite (2020) encapsulates an endeavour to hold to his own perspectives and ideas amid the media hype surrounding technologies closely associated with supranational capitalism.
Such an approach persists in his later exploration of popularised artificial intelligence programmes. For Next Code 2023: Diver, Surfer, World-Builder, Park presents five short videos with a total runtime of 16 minutes and 4 seconds, all centred on A.I. algorithms, under the theme, ‘Where do we go from now?’. Each work consists of images and sentences sourced from the artist’s conversations with A.I. programmes –– technologies now mediating our everyday experiences.
Particularly in New Wave (2020), a video showcasing a virtual exhibition of A.I.-generated artworks, the audience witnesses how the process of making art through human creativity and agency can be subverted by ChatGPT and A.I. image generators that are capable of swiftly learning a vast amount of data and autonomously producing text and imagery. The video also features the curator Person.jpg (itself a mere image downloaded from this-person-does-not-exist.com) that provides a shoddy and inexpert exhibition tour. ‘this-person-does-not-exist.com’ is a webpage that creates a realistic photo of a non-existent person in a couple of seconds each time the page is refreshed: The user of this platform can easily obtain a fabricated photo with predetermined file specifications (size, format type, etc.), derived from the facial information of anonymous individuals, and rotate the face 360 degrees and examine it pixel by pixel. This technology is a reminder that our posted selfies and activities on platforms like Zoom, popularised during the pandemic, contribute to the creation of the ‘real person-like’ image; and that to some, our personal information are mere bits of data that are not subject to emotional or ethical considerations.
The piece was created when the opening of Park Dabin’s exhibition was indefinitely postponed, and the uncertain prospect of returning to traditional white-cube exhibitions gave rise to online exhibitions through streaming and web platforms. This circumstance also coincided with the rise of A.I. art, marked by Christie’s and Sotheby’s auctions of machine-generated portraits by Mario Klingemann in 2018 and 2019. In this context, the virtual exhibition entitled ‘A Piece of Cake’ makes the point that ‘art can be easily created using A.I. technology’ and simultaneously exposes technical errors such as glitches that cause the artwork not to appear on screen, whereby the viewer confronts the limitations inherent in technology and A.I.-generated imagery.
The digital environment is now the “natural” environment of humans.
Digital environments are here to stay as an inseparable extension of the natural world. This encompasses a diverse spectrum of self-sustained media, shimmering screens, and satellite-based communication networks, including the Internet. It is impossible to escape their pervasiveness, and any attempt at sabotaging the machinery or technology out of discontent with technological automation is doomed to failure; such a physically destructive Luddite protest holds little power to actually alter contemporary digital environments. Rather, it is more likely that we will be required to keep learning how to navigate Wi-Fi networks, radio waves, and camera lenses for as long as we inhabit this planet.
Within this new natural environment, one that is constantly being consumed on photo and video applications like YouTube, Instagram, and TikTok, people increasingly prefer instant messaging to face-to-face conversations, and finding a genuine emotional connection to
someone is growing more difficult, no matter how active they might be on social networks. In the hopes of recovering the humanity in our relationships by coexisting harmoniously with technology, Park Dabin interrogates the phenomenon by focusing on the questions of who we are, where we’re headed, and why.
Inhale-Exhale (2022), one of his responses to these questions, is a vertical video projection spanning 4 minutes and 47 seconds that invites reflection on how life can be predicted by an AI-image generation algorithm. The video, in tune with popular formats such as Shorts and Reels that provide a narrower and more intimate perspective than a horizontal frame, expresses the anxiety of today; an era in which people are easily distracted, unable to fully focus on a single event, whilst everything, from people’s whereabouts to their body temperature, and even to the remaining resources on Earth, is systematically converted into data that is both predictable and controllable through technology. The GANs (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s)-based programme that the user trained on a specific video, can readily generate an additional sequence of images equivalent to the desired runtime by predicting the next frame without reference to scenes captured through the user’s camera lens.
Each frame of Inhale-Exhale presents the co-appearance of an authentic 30FPS video image and a next image predicted by an A.I. image generation algorithm similar to DALL-E. To make this, Park trained the algorithm on image sequences in 30FPS videos rather than on still images so as to ensure that the A.I. predicts a future image based on the current video frame. The resulting future images, albeit crude and incomplete, serve as a powerful reminder of A.I. 's potential to predict our everyday experiences, including even our respiration, in a world increasingly polarised by diseases, climate crises, and political conflicts.
Breath alternately shows the pre-rendered motions of a nose and a hand expressing life/respiration in Korean sign language and the motions generated by an A.I. algorithm based on these renderings. The A.I.-generated motion gradually crumbles into a repetitious vertical movement as the nose and hand elongate in an up-and-down rhythm until they coalesce, revealing technical errors in the algorithm’s representation. By presenting this looping video on a 4:3 ratio cathode-ray tube, Park capably conveys how the image of breathing becomes unstable and then stable again. In doing so, he insinuates that the unstable representation of breathing might offer a glimpse into our future as envisioned by A.I.
Talk and Think. In Front of Monitor!
Chatty (2023) is a 6-minute two-channel video with no recorded sound, contrary to its title’s suggestion, accompanied by a cyborg model measuring about 40 cm in height. The left channel displays the artist’s questions, and the right displays ChatGPT’s responses. In both form and content, the video echoes Park’s early work Media Species wherein Park envisioned a search engine as a living species on par with humanity and sought to interact with it. However, in Chatty, the artist focuses more on the question of whether it is possible to have real human connections with technology while conversing with ChatGPT, the language model that has advanced to the point where many artists and programmers are prompted to reconsider attributes that we used to think of as uniquely human; attributes such as the ability to use language, reason, and logic.
Beyond the choice of technology and platform, the fundamental difference between Chatty and Media Species lies in the artist’s evolving relationships with media. In Media Species, his interaction with technology is circumscribed by how he inputs search terms into Google and determines the veracity of results, whereas Chatty shows the conversation between the artist and ChatGPT revolving around the question: “What do you look like?” In this latter interaction, the artist is less proactive; with each inquiry, he assumes a passive role, awaiting ChatGPT’s response. Initially, ChatGPT claims that describing itself as if it were a person giving a self-description is impossible, and yet over time, through persistent inquiries about its appearance, its response evolves to portray itself like a human. An almost strange thrill arises from this shift; it reveals to us certain attributes of humanity though not of ChatGPT: self-awareness, curiosity, and the ability to understand others’ intentions. And this hints at deeper questions concerning relationships and language exchange.
Meanwhile, the silvery cyborg, another component of Chatty, is a 3D printed sculpture created from ChatGPT’s self-description in the video, and it exists as a physical reminder of how ChatGPT changed its response to the question about its own appearance. The cyborg, shaped to approximate the average human male physique, holds a smart device nearly the size of its own body. Buttons adorn its limbs, a speaker is embedded in its mouth, and an antenna sprouts from its head. This portrayal aligns with how artificial intelligence designed to attract more capital from corporations is crafted to be relatable to ‘close-to-average’ people, and how it was modelled to convey the myriad of attributes that ChatGPT reported during its conversation with the artist.
Another noteworthy aspect of Chatty is how ChatGPT embodies the typical behaviour of individuals who spend a significant portion of their day quietly typing away on keyboards. This reminds us that we are already functioning as cyborgs, seamlessly integrating with technology in our daily lives. This observation adds a thought-provoking dimension to the work’s exploration of the intricate relationship between humans and technology.
I am here now, but where is here?
Consisting of four UV printed acrylic panels suspended in a face-to-face arrangement, the installation entitled ‘Where do we go now?’ interrogates the central theme Park attempts to explore in this exhibition. The third panel portrays the physical space of the Daejeon Museum of Art presently exhibiting Park Dabin’s works. Through this representation, the artist intends to emphasise that this place, unlike the fictional worlds or digital images encountered on social media, resides within a tangible structure erected from the ground up. It prompts us to acknowledge that we walk on a real floor rather than navigating through a digital map governed by GPS coordinates.
The ongoing discourse and inquiry into our relationship with an artificial intelligence that learns human language, knowledge, and imagery, consistently calls on us to contemplate our place in digital environments. However, a definitive answer remains elusive. Park Dabin himself is still engrossed in the exploration of where he and we should go, and how we might do so. In this regard, the questions the artist grapples with serve as a candid representation of his ongoing artistic journey and of his day-to-day endeavours.
Questioning the irreplaceability of the human intellect and autonomy, Park refrains from concluding that humans are superior to intelligent machines. Instead, he claims that constant inquiry into our place in the universe fundamentally distinguishes humanity from technology. His works urge us to stay alert, always doubt, and vigorously resist as he implies in Parasite, and to keep asking questions in front of our screens: ‘Is there something amiss?’ ‘What is missing here?’ The questions that afford us a moment, however brief, of collective contemplation.
/DMA <NextCode 2023:Diver, Surfer, World builder> 도록에서 발췌